- ● 국회에 총 5건의 디지털자산 기본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특정 법안이 가장 진전된 2단계 입법안으로 평가됨
- ▶ 기존 이용자 보호 중심 규제를 넘어 자본시장과의 통합을 명확히 지향
- ▪ 디지털자산을 자본시장법상 일반상품 기초자산으로 간주하는 특칙을 명시
- ● 비트코인 현물 ETF와 디지털자산 기반 장내 파생상품 거래에 법적 근거를 부여
- ▶ 디지털자산 시장을 매매시장·교환시장·파생상품시장으로 세분화
- ▪ 스테이블코인을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으로 정의하고 강한 발행·준비자산 규율을 도입

이번 기본법 논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디지털자산을 더 이상 ‘관리해야 할 위험 자산’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동안 규제의 출발점은 항상 피해 방지였다. 그러나 이 법안은 한 발 더 나아가, 디지털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인정할 것인가, 인정한다면 어떤 틀 안에 넣을 것인가를 묻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 현물 ETF를 법적으로 가능하게 열어두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이는 단순히 투자 상품 하나를 허용하는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자산 가격이 자본시장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연기금·기관·전통 금융자본이 제도권 틀 안에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만든다. 동시에 시장 변동성이 기존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시장 구조를 세분화한 부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원화마켓과 코인마켓을 명확히 구분하고, 디지털자산 기반 파생상품시장 개념을 도입한 것은 향후 시세조종, 내부자 거래, 공시 책임을 시장 특성에 맞게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다. 이는 규제 강도를 무작정 높이기보다, 어디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를 전제로 설계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스테이블코인 규율은 이번 법안의 또 다른 핵심이다.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으로 정의하고, 지급수단과 가치저장 수단이라는 성격을 법적으로 인정한 점은 사실상 디지털 화폐의 한 축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미다. 대신 발행 요건은 매우 엄격하다. 준비자산을 고유동성 안전자산으로 한정하고, 신탁·예치, 정기 공시, 외부 감사, 상환 의무까지 부과했다.
이 구조는 안정성을 높이는 대신, 발행 주체가 제한되고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질 가능성도 함께 만든다. 결국 민간 혁신과 금융 안정 사이에서 어디까지를 허용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쟁점이 될 것이다.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과 자본시장법, 전자금융거래법 간의 관계 정리가 충분하지 않다면 입법 이후에도 시장 혼란이 남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어느 법이 우선 적용되는지, 감독 권한과 책임 소재가 어디까지인지에 따라 사업자와 투자자의 판단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이번 디지털자산 기본법 논의는 “디지털자산을 인정할 것인가”의 단계를 넘어, “어떤 금융 질서 안에 배치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제도가 열리면 기회도 커지지만, 그만큼 책임과 리스크도 함께 커진다. 시장이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느끼는 이유다.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규제의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에 가깝다. 법이 만들어진 뒤에도 세부 규칙, 감독 방식, 시장 관행은 계속 다듬어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이 과정에서 누구의 리스크를 줄이고, 누구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는가다. 투자자라면 ‘합법화’라는 단어보다 그 안에 숨은 구조와 책임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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